승인되지 않은 애도 An unapproved mourning
몇 층위의 막을 제거한 채 이미지를 다루는 일은 비교적 간결하다. 작업은 시각을 숭상의 단에 앉힌 후 이외의 감각들을 폐쇄한다. 오로지 눈에 맺히는 것만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이 매끄러운 일련의 작업의 틈에, 오리고 늘리고 붙이고 줄여져 재배치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생물들. 그중에서도 가장 비천하고 끔찍한 것. 살아있[으면 안되]는 것들.
그럼에도 그들은 거기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따금씩, 그들이 우리가 만든 이 정교한 세상에 튀어나와 그림자를 드리울 때면 그들과 나의 거리가 만들어내는 간극[불안]을 가리키는[메우는] 것으로서 퇴출되었던 감각들이 깨어난다. 무게감을 잃고 기억너머 사라지곤 했던 그것들의 존재는 감각의 반란을 통해 뚜렷해지고 이제 그들이 존재했던 시간은 어쩔 수 없이 내 안으로 들이닥친다.
이와 같은 조우는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것들은 한 번도 우리 내부에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 아닌 감각은 경계를 부수고, 견고하게 존재하던 나의 믿음과 안정은 형편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래, 이것은 아름답고 빛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만남이다. 유일했던 세계가 한순간에 확장되어 나간다. 그러나 사실은 역겹고 불쾌하다. 나와 그것의 경계를 흐리는 순간 우리는 함께 녹아내려 버릴 것이다...
... 나는 길을 걸으며 그것이 그렸던 그림자를 찾고, 그것이 남겨놓은 자국들을 꿰어 나간다. 어쩌면 이것은 내내 경계 바깥에 존재하던 것들을 향한 애도다. 혹은, 그 날 이후 내게 들어찬 그 끈적한 잔해를 완벽하게 지워버리려는 해묵은 시도다. 한 번도 승인된 적 없는 감정은 접촉불안공포분리위생침입슬픔상실환희상기경계상징감각혐오관계감정신체발생쾌락질서폭력비체주체나와너몸정동- 과 같은 단어 사이에서 요동치고,
이윽고 [시야 너머] 사라진다.
우리의 찬란한 [도시]생활을 위하여.